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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에 대하여


1. 『열녀전(列女傳)』에 대하여

『열녀전(列女傳)』은 중국 최초의 여성 전기이다. 기원전 1세기 전한(前漢)의 유학자(儒學者) 유향(劉向)이 역사적 여성 106 명을 열전(列傳) 형식으로 저술한 것이다. 고대 문헌에 기록된 여성들을 뽑아 7 주제로 분류하고, 주제별로 15 명 내외로 배치하여 『열녀전(列女傳)』 7 권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열녀전(列女傳)』은 중국 고대 역사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여성들의 삶을 단순히 소개만 한 것이 아니다. 여성 능력에 대한 인식과 성(性)에 따른 차별이 편견이었음을 논증해 준, 인간 이해를 위한 귀중한 자료이다. 더군다나 이 책은 이론적인 지식이 아니라 인간 앞에 던져진 다양한 문제를 통하여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지혜를 제시하고 있다. 실천을 중시하고 조화와 화해의 가치를 존중하는 유교적인 삶의 방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2. 『열녀전(列女傳)』의 의의

『열녀전(列女傳)』의 의의는 크게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열녀전(列女傳)』은 문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깊이를 두루 갖추고 있어 학문적 가치가 높은 책이다. 맹자(孟子)가 훌륭한 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교육 때문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 자식 교육을 위하여 세 번이나 이사를 하였고, 중도에 학문을 포기한 자식에게 손수 짜던 소중한 베를 칼로 끊어 보임으로써 교훈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들 .... 그런데 맹자 어머니에 관한 고사(故事)는 『열녀전(列女傳)』에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이며, 맹자 당시의 어떠한 문헌에도 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맹모의 '자식 키우기' 이야기는 사실(史實)이라고 단정하기가 어렵다. 『열녀전(列女傳)』은 사실 그대로의 열전이기보다는 실제 인물들이 활동한 시대보다 훨씬 뒤에 저자의 상상력으로 각색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모의 고사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자녀 교육'의 대명사가 되어 있다. 이 밖에도 『열녀전(列女傳)』에는 중국의 고대 역사를 이끌어 온 걸출한 인물들의 사생활이 흥미롭게 기술되어 있다. 한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는 공(公)과 사(私)의 양 영역을 두루 섭렵했을 때 가능하다. 드러난 역사에만 존재하던 역사적 인물들이 가족이나 여성 관계 등 숨겨진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문학, 예술, 민속, 철학적인 깊이를 두루 갖춘 『열녀전(列女傳)』은 이후에 잇따라 등장한 다른 여성 전기나 여성 교훈서의 추종을 불허, 그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시경(詩經)』, 『서경(書經)』, 『주역(周易)』, 『국어(國語)』, 『춘추좌전(春秋左傳)』, 『사기(史記)』등을 전거 자료로 삼고 있으므로 이들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주목된다.

둘째, 여성의 삶과 가치를 다양하게 평가한 『열녀전(列女傳)』은 편협한 가치 체계를 거부하는 오늘날 우리의 문제 의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열녀전(列女傳)』은 '남성을 위한 여성'제조에 목적을 두었던 시대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성 차별적인 고정 관념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축소하고 왜곡하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세계를 이해하고 인간을 해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페미니즘에 『열녀전(列女傳)』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페미니즘은 남성 일방적 지배 원리를 부정하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독주를 긍정하는 것도 아니다. 궁극적으로 여성과 남성은 서로 이루어 서로 도와 주는 상생·상보적 관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열녀전(列女傳)』의 관심이다. 남성과 여성의 바람직한 관계 원리의 대안으로서, 동양적 원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성 연구자들에게 『열녀전(列女傳)』은 큰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3. 『열녀전(列女傳)』에 대한 오해

『열녀전(列女傳)』은 '열녀(烈女)'들의 전기가 아니다. '열녀(列女)', 즉 많은 여성들의 전기이다. 이 전기는 BC 1 세기 경 한(漢)나라의 유학자 유향(劉向, 劉更生)이 중국 고대의 문헌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열녀전(列女傳)』에는 모두 106 명의 여성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존재하였던 역사상의 인물이 대다수이지만 설화상의 인물도 있다. 유향은 『열녀전(列女傳)』 이전에 있던 문헌에서 간략하게 취급한 여성을 기본 자료로 하여, 이것을 7 개의 주제로 분류한 다음 각각의 주제에 알맞게 각색하였다. 각 편에는 말미에는 '군자왈(君子曰)'이라는 형식으로 이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 군자의 입을 빌려 지은이 자신 또는 당시 식자들의 여성관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송·명(宋·明) 이후의 중국이나 조선에서 강조된 정절과 '열녀(烈女)' 부분은 『열녀전(列女傳)』 전체 주제중 1/7 에 불과하다.

4. 『열녀전(列女傳)』의 내용

『열녀전(列女傳)』은 「모의전(母儀傳)」, 「현명전(賢明傳)」, 「인지전(仁智傳)」, 「정순전(貞順傳)」, 「절의전(節義傳)」, 「변통전(辯通傳)」, 「얼폐전(얼嬖傳)」 등 총 7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모의전(母儀傳)」은 어머니로서 모범이 된 여성들의 이야기다.
전설상의 성군 요 임금의 두 부인인 아황과 여영, 거인의 발자국을 장난삼아 밟고 난 후 주나라 시조가 된 후직을 잉태하였다는 강원, 제비의 알을 삼키고 설을 잉태하였다는 간적 등은 고대 각 왕조의 기원 설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교만한 아들을 꾸짖는 어머니, 뇌물을 받아 챙기는 아들을 추궁하는 어머니 등 여러 유형의 어머니 역할이 제시된다.
「卷一 母儀傳」
有虞二妃, 棄母姜嫄, 契母簡狄, 啓母塗山, 湯妃有신,
周室三母, 衛姑定姜, 齊女傅母, 魯季敬姜, 楚子發母,
鄒孟軻母, 魯之母師, 魏芒慈母, 齊田稷母

②「현명전(賢明傳)」은 아내로서 현명함을 드러낸 여성들의 전기이다.
남편을 위하여 무조건 희생만 하는 여성보다는 주체적인 삶을 추구한 깨어있는 여성의 모습이 있다. 제후의 부인에서 마부의 아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조의 형태를 볼 수 있다. 관리인 남편이 아내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산 불리기에 급급하자 남편을 떠나는 부인도 있고, 난세를 보내는 처세술의 하나로서 자신과 남편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면서 道를 즐기는 아내도 등장한다. 여필종부, 남존여비라는 지배와 종속의 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부부관도 제시하고 있다.
「卷二 賢明傳」
周宣姜后, 齊桓衛姬, 晉文齊姜, 秦穆公姬, 楚莊樊姬,
周南之妻, 宋鮑女宗, 晉趙衰妻, 陶답子妻, 柳下惠妻,
魯黔婁妻, 齊相御妻, 楚接輿妻, 楚老萊妻, 楚於陵妻

③「인지전(仁智傳)」은 지혜로운 여성들의 전기이다.
인도(人道)와 천도(天道)를 통찰함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있다. 주로 정치적 안목과 역사와 세계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던 여성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초나라 무왕의 부인 등만의 정치적 안목, 재상 손숙오 어머니의 도덕적인 종교관, 현군(賢君)과 우군(愚君)을 알아본 진나라 범씨의 어머니, 동생의 정치적 역량을 알아 본 누이, 절대 권력 앞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제시하는 시골의 할머니 등이 이 편의 주인공이다. 아버지의 명성을 배경으로 교만해진 아들이 장수로 임명되자, 군주 앞에 나아가 잘못된 인사(人事)임을 주장한 조괄의 어머니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卷三 仁智傳」
密康公母, 楚武鄧曼, 許穆夫人, 曹僖氏妻, 孫叔敖母,
晉伯宗妻, 衛靈夫人, 齊靈仲子, 魯臧孫母, 晉羊叔姬,
晉范氏母, 魯公乘사, 魯漆室女, 魏曲沃負, 趙將括母

④「정순전(貞順傳)」은 예와 신의를 중시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禮는 나와 다른 사람, 나와 사회와의 약속이라 할 수 있다. 사회 관계에서 가장 기본을 이루는 부부간의 禮는 신의(信義)가 중심이 되고 있지만, 이후 시대의 정절(貞節) 관념이 내포하고 있는 형식적인 禮 해석과 대조를 이룬다. 「정순전(貞順傳)」의 여성들은 정절을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그들은 당시 남성들의 담론인 禮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시대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른바 '가내 노예(家內奴隸)'는 아니었다. 「정순전(貞順傳)」에 나오는 여성들의 행적은 사회적 규범의 실천이라는 차원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卷四 貞順傳」
召南申女, 宋恭伯姬, 衛寡夫人, 蔡人之妻, 黎莊夫人,
齊孝孟姬, 息君夫人, 齊杞梁妻, 楚平伯영, 楚昭貞姜,
楚白貞姬, 衛宗二順, 魯寡陶영, 梁寡高行, 陳寡孝婦

⑤「절의전(節義傳)」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마땅한 도리를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정순전(貞順傳)」이 지아비에 대한 정절을 지킨 아내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면, 이 편에서 다루는 대상은 그보다 훨씬 더 넓어서 보모, 계모, 첩, 고모, 숙모 등으로 도덕적 의무를 실천한 사람들이다. 비록 혈연 중심에 국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절의전의 여성들은 사리사욕을 보류하고 공동체적인 삶을 선택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명분을 위하여 자기 희생을 감내하였다는 비판도 가능하지만 극단적 이기심과 공동체 윤리의 갈등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특히 가족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실에서 「절의전(節義傳)」에 실린 여성들의 삶과 의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卷五 節義傳」
魯孝義保, 楚成鄭무, 晉어懷영, 楚昭越姬, 蓋將之妻,
魯義姑자, 代趙夫人, 齊義繼母, 魯秋潔婦, 周主忠妾,
魏節乳母, 梁節姑자, 珠崖二義, 합陽友제, 京師節女

⑥「변통전(辯通傳)」은 고전(古典)에 관한 지식과 사리에 밝은 여성들, 이른바 똑똑한 여성들의 전기이다.
여기서 유향은 뛰어난 논리적 사고로서 자신 앞에 던져진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여 나갔던 여성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절대 권력에 당당하게 맞서 은폐된 진리를 밝히고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계기를 마련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절대 권력의 횡포를 지적하여 아버지를 구해내고, 법에 어긋난 권력의 특혜에 냉정한 여인 군자의 모습도 읽을 수 있다. 법에 어긋난 권력의 특혜에 냉정한 여인 군자의 모습도 읽을 수 있다. 함께 국사를 논의하고 진리를 토론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영향을 끼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卷六 辯通傳」
齊管妾정, 楚江乙母, 晉弓工妻, 齊傷槐女, 楚野辨女,
阿谷處女, 趙津女娟, 趙佛힐母, 齊威虞姬, 齊鍾離春,
齊宿瘤女, 齊孤逐女, 楚處莊姪, 齊女徐吾, 齊太倉女

⑦「얼폐전(얼嬖傳)」은 나라 또는 가문(家問)을 망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하·은·주(夏·殷·周) 고대 왕조들을 멸망으로 이끌었던 말희, 달기, 포사의 전기(傳記)가 실려있다. 이 편에 실린 15 명의 여성들은 음행과 권력욕으로 당시의 禮적 질서에 도전장을 던진 사람들이다. 여자가 똑똑하면 나라를 망친다는 여화(女禍) 이데올로기는 제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중 단연 수위를 차지한다. 새로운 왕조가 혁명으로 들어설 때마다 앞 왕조의 '王이 여자에 빠져 정사(政事)를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를 첫번째로 들었다. 앞 왕조 멸망의 교훈이 된 '여자 망국론'은 역사 발전 법칙의 필연성을 무시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색채가 짙다 하겠다. 이 책의 저작의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이 편에 대한 이해는 더구나 2000 년전의 저술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전적으로 독자(讀者)에게 맡긴다.
「卷七 얼嬖傳」
夏桀末喜 殷紂달己 周幽포사 衛宣公姜 魯桓文姜
魯莊哀姜 晉獻驪姬 魯宣繆姜 陳女夏姬 齊靈聲姬
齊東郭姜 衛二亂女 趙靈吳女 楚考李后 趙悼倡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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